소액민사소송 배경
작년 10월 중순 해지한 알뜰폰 KT 요금제가 계속 자동 이체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스마텔 고객센터, 1372 소비자상담센터, 한국소비자원에 총 세 차례에 걸쳐 환불 요청을 했습니다. 하지만 통신사가 소비자 과실 100%를 주장하며 일방적으로 환불 거부를 하였고 결국 강제력이 없는 소비자단체의 힘을 빌려서는 구제가 불가능했습니다. 처음에는 전자소송포털을 통해 민사소송을 진행하려 했으나, 송달료가 52,000원이라는 점 때문에 망설였습니다. 비용 부담으로 인해 포기할까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구제 신청 과정에서 모은 자료들도 있고 3월에 납부하지 않은 요금 33,000원을 내야 한다는 점까지 고려했을 때,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들어 결국 민사소송을 진행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번 소액민사소송 과정을 통해 부당 청구된 요금을 돌려받을 수 있기를 바라며, 유사한 사례를 겪은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관련 절차와 진행 과정을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민사소송 진행: 민사 본안
먼저 전자소송포털에 로그인을 해야 합니다. 각종 보안 프로그램 설치를 진행하고 나면 이제 소장을 작성해야 하는데요. 상단에 있는 서류 제출 – 민사 서류 – 민사 본안 – 소장을 순서대로 눌러 소장을 작성하면 됩니다. 저는 변호사를 선임한 게 아니기 때문에 당사자작성으로 진행했습니다.
가장 먼저 기입해야 하는 것은 사건기본정보입니다. 사건명은 민사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큰 항목대로 분류하는 것으로 가등기말소, 건물인도, 매매대금, 부당이득금 등이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스마텔 통신사가 부당하게 취득한 금액을 반환 요청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당이득금으로 선택했습니다. 본인이 어떤 사건명으로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면 ChatGPT 등을 활용해서 확인해도 됩니다. 법원은 피고에 해당하는 상대의 주소지에 맞는 관할법원을 입력해야 합니다. 소가는 원고가 피고에게 요구하는 금전적인 액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저는 10월 중순 이후부터 이체된 통신비를 합산하여 입력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당사자(원고, 피고)에 대한 정보를 기입해야 합니다. 자연인이라면 주민등록번호, 법인이라면 사업자등록번호를 입력하고 주소와 연락처 등을 잘 확인해서 기입하면 됩니다.
청구취지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원에 원하는 판결 결과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부분입니다. 청구원인은 소송을 제기하는 이유와 법적 근거를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청구원인은 청구취지를 뒷받침해야 합니다. 법원은 판결을 내릴 때 단순히 사연을 들어보니 줘야겠다고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법적 근거와 사실관계를 따져 판결을 내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 사건(부당이득금)의 경우에는 청구취지는 “스마텔은 원고에게 OO만 원을 돌려줘라.”가 됩니다. 그래서 청구원인으로는 “스마텔이 잘못된 상담으로 부당이득을 취했고, 민법 제741조를 근거로 돈을 돌려받아야 합니다.”에 해당하는 내용이 들어있어야 합니다.
민법 제741조(부당이득의 반환)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해 이익을 얻고, 그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그 이익을 반환해야 한다.”는 내용이 되기 위해서는 원고에게 손실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피고에게 이득이 발생한 사실, 이득의 발생에 법률상 원인이 없는 사실, 이득을 얻은 물건의 가격 이 세 가지 항목이 모두 충족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청구원인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들을 입증서류에 추가하면 됩니다. 파일은 보통 pdf 형식으로 정리해서 올리는 게 좋고 작성 완료 전에 파일이 깨지지는 않았는지 반드시 확인을 해야 합니다.
제출한 문서를 확인하고 전자서명, 비용납부 후 제출을 하면 끝입니다. 저도 민사소송은 처음이라 엄청 복잡하지 않을까 걱정이 됐었는데 생각보다 간단하고 신속하게 작성할 수 있습니다.
+ 법인을 피고로 하여 소장을 제출할 때는 첨부서류로 법인등기를 꼭 제출하셔야 합니다.
민사소송 진행: 보정명령
4월 3일(목) 나의 사건검색 – 진행내용에 ‘참여관용 보정명령’이 입력되었습니다. 어떤 보정명령인지 확인은 할 수 없었는데 그 다음 날 보정명령등본이 송달되었습니다. 보정명령 내용은 소장에 입력한 피고의 주소와 법인등기에 나오는 주소가 일치하는지, 대표이사 이름이 동일한지 확인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등기는 인터넷등기소에서 법원 제출용으로 수수료 1,000원을 주고 발급 받았습니다. 스마텔이라는 법인을 검색하면 주식회사와 유한회사 두 개가 나오는데 제가 피고로 입력한 것은 (주) 스마텔이었으니 주식회사 등본을 확인해야 했습니다. 만약 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상황이라면 보정명령 등으로 시간이 지연되지 않도록 소장을 제출할 때 법인등기도 꼭 함께 제출해야 합니다.
피고의 준비서면
4월 4일 보정서를 제출하고 2주 정도가 지난 4월 21일 피고 스마텔이 준비서면을 제출했습니다. 준비서면은 원고나 피고가 변론에서 진술하고자 하는 내용을 미리 서면으로 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면을 제출하는 것은 소에 응한다는 의미로 피고가 소장에 적힌 내용에 대해 반박하는 주장과 근거를 담고 있기 때문에 하나하나 읽어가며 반박을 하는 준비서면을 제출하는 것이 좋습니다.
피고의 준비서면을 보니 피고가 다른 사건을 서로 연결하여 해석하는 오류가 있었고, 저도 소장에 날짜를 착각하여 기준 시점의 한 달 전부터 부당 이득이 발생한 것처럼 잘못 표기한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래서 사건의 시간 순서와 핵심 쟁점을 정리한 준비서면과 부당이득금 정정을 위한 준비서면을 제출하였습니다.
준비서면에는 특정한 양식이 있는 것은 아니고 누가 읽더라도 쉽게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만 깔끔하게 작성하여 제출하면 됩니다.
피고가 소장에 적힌 날짜에 문제가 있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었고, 주장하는 부당이득금이 줄어들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준비서면으로 금액에 대해 정정을 하여도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소장에 기입한 부당이득금 기준으로 인지대를 내야 하기 때문에 부당이득금이 증가하는 상황이었다면 새로 소장을 써야 하는 그런 대참사가 일어났을지도 모릅니다. 항상 소장을 제출하기 전에 미리 금액 같은 사안은 여러 번 확인하고 제출하시기 바랍니다.
조정회부결정
피고가 4월 21일 준비서면을 제출하고 저는 4월 22일 준비서면을 제출한 뒤 6일이 지난 4월 28일 조정회부결정이 나왔습니다. 조정이라고 하면 합의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그 다음 날 판결을 받기 원한다는 내용의 준비서면을 제출하였습니다.
소송 전 소비자상담센터 및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분쟁 조정을 시도하였을 때 일방적으로 거부하였기에 정당한 재판을 원한다는 내용을 작성하였으나 4월 30일에 조정위원이 결정되었고 다시 한 번 준비서면으로 조정을 원하지 않고 재판을 원한다는 준비서면을 제출하였습니다.
일정대로 조정은 진행되었고 서울동부지방법원까지 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에 원고는 불출석, 피고는 대리인이 출석하여 진행이 되었습니다. 출석을 하지 않더라도 준비서면을 가지고 진행이 되기 때문에 준비서면이 중요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조정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계속해서 진행이 되는 것을 보고 50:50처럼 중간 지점에서 합의가 되는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결정 사항을 보니 제가 요구한 내용이 그대로 반영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부당이득금이라고 주장했던 금액도 그대로, 납부하지 않은 금액에 해당하는 채무가 없음까지 확인한다는 내용이 전부 포함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스마텔 환불 진행
결정 이후 원고와 피고가 14일 동안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사건이 확정됩니다. 확정이 되고 나서 고객센터에 민사소송을 언급하며 환불을 요구하였고 당일에 바로 계좌로 82,500원과 채무 명단에서 제외 조치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3월 23일부터 시작한 소송이 6월 초까지 진행이 되면서 이 소액을 내기 싫다고 괜히 소송을 진행한 것은 아닌가 후회의 감정이 올라오기도 했지만 결국엔 잘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대리인이라는 이름을 봤을 때 주눅이 들기도 하지만 주장과 근거를 명확하게 정리하여 논리에 우위에 설 수 있다면 개인으로도 충분히 승소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사건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숙박 어플(야놀자, 여기어때 등)에서 불공정 약관을 근거로 들어 환불을 거부하는 사건이 보도되었습니다. 이렇게 민사소송이라는 시스템을 이용하여 시시비비를 따지게 되면 패소할 기업들이 배짱 장사를 하는 것을 보면 정말 안타깝습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상담센터 등의 분쟁 조정도 점점 힘을 잃고 가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를 지켜줄 수단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